브린텔릭스 10mg로 증량 후의 일주일 (후반부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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최악의 펫 시터
항우울제를 복용한지 11일차.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머리와 몸이 더 무겁다.
엄마가 친구들과 1박 2일 여행을 가셨다.
엄마는 집에 혼자 있을 강아지를 생각해서, 집에 누구와 같이 있는 게 너무나도 불편한 딸에게 강아지를 맡기셨다. (나도 강아지가 애견호텔에 가는 것은 원치 않았기 때문에 동의는 하긴 했지만)
그런데... 강아지에게 너무 미안했지만 엄마가 여행을 가신 동안 산책을 한 번도 시켜주지 못했다. 밥은 챙겨주고 옆에서 같이 낮잠도 자 줬지만, 밖에 나가고 싶지가 않았다.
이것밖에 해줄 수 없는 내가 짜증나고 강아지에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난다. 강아지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는데, 얼른 엄마가 돌아와서 강아지와 산책도 가주고, 재밌게 놀아주셨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.
강아지를 십수 년 동안 길러왔고 지금까지 털 알레르기 이런 게 없었는데 며칠 전부터 전신이 가려운 증상이 생겼다. 또 부리나케 검색을 해본다.
브린텔릭스 부작용 가려움. 네이버 다음 구글.. 마음에 흡족할 때까지 뒤져본 뒤 가려움도 흔하진 않지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심이 됐다. 나만 이러는 건 아닐 테니.
더 심해진 결정장애
원래 결정장애가 있긴 했지만, 약을 먹고 결정장애가 더 심해졌다.
특히 음식 메뉴를 고를 때 옆에 있는 가격을 보고 나면 '흠.. 굳이 이걸 (입맛도 없는데) 이돈주고?' 하며 그나마 먹어볼까 하던 기분마저 싹 사라진다.
예전엔 좀 비싸도 가끔은 맛있는 거 먹어줘야지~ 하며 시켜 먹었는데..
“맛있겠다…” 하고 연상되는 음식이 없다.
엄마가 여행에서 돌아오셔서 강아지 봐주느라 수고했다고 (한 일도 별로 없는데ㅠㅠ)
외식을 하거나 맛있는 거 시켜주신다고 나보고 메뉴 골라보라고 하셨는데 머리만 더 아파지고 고르는 게 너무나도 힘들었다. 정말 조금의 거짓말도 보탬 없이, 평소보다 약 4-5배는 무엇을 결정하는 것이 어려워졌다.
휴.. 이렇게 차려진 밥도 챙겨 먹기가 귀찮은 상황까지 오다니..
아침약은 밥 먹기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 겨우 오후 3시에 먹었고 저녁약은 10시에 복용했다.
아마 복용해야 할 약이 없었다면 아점은 스킵했을 것 같다
현실을 마주할 필요 없는 꿈속이 좋아
14일차가 되었다. 속이 더부룩하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평소보다 심해졌다.
그제 어제는 잠이 잘 오지 않아 멜라토닌을 함께 복용했다.
꿈을 꾸다가 깨면 또 잠을 청하고 그럼 다시 다른 꿈을 꾸고 또 잠을 청하고 다시 또 다른 꿈.. 이렇게 반복 반복이다. 만약 꿈 일기를 썼다면 여러 챕터는 이미 완성했을 것이다.
그래도 약을 먹기 전 새벽 5-6시쯤 뜬눈으로 잠들고 오후 12시쯤 기상하는 패턴을 벗어나, 이제 밤에 잠은 제대로 잘 수 있게 된 것 같아 다행이다.
매일 밤 새고 했던 패턴이 우울증을 확실히 악화시킨 것 같다.
부작용은 아닌 것 같지만 약을 두 배로 늘린 후 잠을 하루에 11-12시간씩 잔다.
이제는 12-1시쯤 잠들고 12시간 후에 일어나는 패턴이다.
미친 듯이 졸려서 이렇게 잔다기보다는... 아침 8-9시에 눈이 떠지긴 하지만,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현실도피성으로 다시 잠을 청한다. 꿈속은 불안하지도 않고, 나도 거기선 웃을 수 있으니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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